어릴적 외할머니는 여섯명의 자녀들 중 제일 가난하게 사는 엄마 때문에 늘 마음 아파하셨습니다. 특히, 손주인 누나와 제가 가족모임 때 부유한 다른 사촌들 사이에서 기죽어 있는걸 보시면, 나중에 손을 꼭 잡고 기도해주시면서 위로해주시곤 했습니다. 그때 우리집은 너무 가난했지만 할머니를 통해 우리 어린 남매에게 전해주시는 예수님의 따스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초등학교 4학년 때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면서 우리 가정은 더 이상 교회를 다니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당시 엄마 아빠는 기복적인 믿음으로 교회를 열심히 다녀도 삶이 나아지지 않으니 기드온처럼 하나님을 의심하게 되셨던 것 같습니다. 우리 가정에 더 이상 의지할 하나님이 없어지니 우리 남매의 학창시절은 가족들이 서로에 대한 원망과 피해의식으로 매일매일 서로가 깊은 상처를 주고받으면서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재혼의 사건으로 우리들교회로 인도되어 마음속 깊은 기억과 상처들을 다시 직면하고, 공동체를 통해 전해지는 성령의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반면, 50대가 다 되어도 결혼하지 않고 자기 힘과 노력으로 중등교사로서 인생을 잘 살아온 누나는 저처럼 하나님께서 주시는 참된 위로를 받을 기회가 없었습니다.
누나가 작년 말에 자궁근종 수술을 위해 CT를 찍었는데 췌장에 2.7센티의 종양이 발견되었습니다. 부위가 좋지 않아 주변의 여러 장기들을 절제해야 하는 대수술을 받아야 합니다. 며칠전 우리들교회 목사님이 누나 집으로 심방을 오셔서 본인의 신앙에 대해서 진솔하게 나눠주셨습니다. 목사님의 나눔을 들으면서 예전에 누나를 전도한다는 마음에 설교하듯이 얘기해서 누나와 싸웠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그동안 누나의 구원을 막았던 사람이 바로 저였음이 인정이 되었습니다. 누나의 수술 사건을 통해 교만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모르는 저의 악함을 깨닫게 하시기 위한 삼위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됩니다. 저의 죄 때문에 누나가 수술대 위에서 피흘려야 수고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너집니다. 주님께 용서를 구합니다. 하나님께서 누나의 영육을 회복시켜 주시기를 간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