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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편지. 36
하노이 5월에는 화방랑이 만발합니다. 이 꽃이 피면 이곳은 입시철이어서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시험과 졸업으로 분주해집니다. 곧 거리마다 아오자이를 곱게 차려 입은 학생들을 보게 됩니다. 베트남에서 맞는 네 번째 여름입니다. 학생 때 시험 기간이 되면 각오를 새롭게 하듯, 이곳에서는 6개월이 넘는 긴 여름을맞기 전에 심호흡이 필요합니다. 약 20여 년을 이곳에서 일한 분들도 베트남 날씨만큼은 적응이 어렵다고 하네요~. 그 동안도 평안하셨는지요? 저희는 잘 지냅니다. 덥고, 수돗물 공급이 중단 되는 등, 크고 작은 일들은 늘 있지만, 그분의 도우심도 늘 있습니다.
필리핀으로 첫출발을 하던 날로부터 5년의 시간이 갔고, 베트남에서의 생활도 4년 차가 되었습니다. 이 여정으로 들어서기 전에는 잘 몰랐던 것들을 나그네와 행인 같은 이 시간을 통해 배워가고 있습니다. 가장 큰 감사는 우리가 하는 것은 언제나 정말로 작고, 그 작은 우리의 노력 위에 대부분의 일들은 그분께서 친히 해나가신다는 것입니다. (출14처럼) 문득 자신의 부족함으로 인해 약해지다가도 이 사실을 생각하면 다시 힘을 얻곤 합니다.
저는 하노이 대학에서 가르친 지 1년 반이 되었습니다. 여섯 반의 1, 2학년 학생 180여명과 15여명의 선생님들을 매주 만납니다. 오전 수업 후에는 학과 사무실에서 선생님들과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이들을 더 알아갑니다. 수업을 하러 들어가면 좁은 강의실 천장에 달려있는 느림보 선풍기 두 대가 섭씨 40도를 위한 냉방 도구여서, 수업 시작과 함께 땀이 흘러내리지만, 인내하는 것이 일상이 된 학생들로부터 오히려 많은 것을 배웁니다. 2학년은 한국어 6급 과정으로 한국 고등학생들이 다룰만한 어려운 주제와 단어수준으로 학생들이 힘들어해서,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말을 해주곤 합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복도로 따라 나와 개인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 학생들에게 주일 오후 모임을 소개해줘서, 지금은 다섯 명의 학생들이 주일 오후에 뮤직스쿨에서 저희와 한국어로 이야기도 나누고, 말씀 읽기도 합니다.
기쁜 소식은 그 중에 ‘행’이라는 여학생이 3주 전에, 그분을 인생의 주인으로 환영하면서 함께 감사의 무릎을 꿇은 것입니다. 그 분께서 주신 첫 열매입니다. 몇 주 간 친구들과 함께 모임에 참여했는데, 그 날은 유독 ‘행’ 혼자 모임에 와서 그분과 함께 해온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혼자서 기도는 하고 싶은데 어떻게 기도할 줄 몰라서 “갓 블레스 유 …”라고 시작하는 기도의 말을, 고향 마을을 방문 했던 서양인에게 배워서는 날마다 속으로 해왔답니다. ‘행’의 아버지가 ‘행’에게 이름을 지어주신 후에는 두 동생에게는 이름을 지어줄 수도 없을 만큼 사고로 뇌 손상을 입으셨는데, 지금은 어머니가 하시는 농사일을 거들어 드리면서 지내신다고 합니다. ‘행’을 기억해주십시오. ‘행’의 믿음이 자라서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동생에게도 그 소식을 나누고, ‘행’의 진로를 인도해주시기를 아뢰어 주십시오. 그리고 다른 네 명의 학생 중, 빅비엣은 불상을 핸드폰 바탕화면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오빠가 어린 나이에 사망한 후, 반복되는 부모님의 심한 다툼으로 불안하게 지내던 중, 친구 소개로 절에 가서 빌 때 마음이 편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열심히 마리아와 요셉의 이야기에 나오는 모르는 낱말을 집에서 미리 찾아오는 등, 아주 열심히 모임에 참여합니다. 또 타이완에 노동자로 가신 어머니를 10년 동안 보지 못한 ‘뚜란’과, 농사를 짓는 부모님과 오빠와 함께 큰 걱정 없이 밝게 지내는 ‘튀’, 이 네 명의 여학생은 1학년이고, 반 년 전부터 혼자서 성실하게 이 모임을 지켜오던 2학년 남학생 ‘테에’가 있는데, 이들을 기억해주십시오. 이 이름들이 그 분께 소중하듯 저희에게, 또 이 땅에 그 분을 알리는 데에 소중한 이름들입니다. 이제 6주 뒤면 제가 가르치는 2학년 50여명과는 이별합니다. 저는 1, 2학년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세 학기를 함께 해온 이 학생들과 남은 6주 동안 효과적인 시간을 보내고, 좋은 관계로 지속될 수 있도록 아뢰어주시고, 또 한국어 읽기 모임에 사용할 <한#8211;베> 말씀이 많은 분들의 요청으로 지금 한국에서 출판을 앞두고 준비 중이라고 하는데 신속히 만들어져서 이들에게 잘 보급이 되도록 올려주십시오.
반석선생의 ‘프렐루드’ 뮤직스쿨에도 기쁜 소식이 있습니다. 현지인 피아니스트가 베트남 시각장애인 학생을 소개시켜줘서 5월15일부터 레슨을 했습니다. 8월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만6세의 남자 아이입니다. 이름은 ‘닷’인데 시각장애와 자폐를 동시에 가지고 있어서 면접을 하는 한 시간 반 동안 잠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고, 피아노를 치다가 의자 위에 눕다가, 베트남 전통노래를 부르다가, 그 공간 전체를 샅샅이 손으로 만지면서 탐색하곤 했습니다. 고민 끝에 첫 6개월은 함께 음악을 듣고, 자세를 익히고, 선생님과 친해져 가는 데 의의를 두고 레슨을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것도 베트남어로 ‘닷’을 가르쳐야 하니, 반석선생에게 그분의 지혜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저희가 그 동안 줄곧 이 땅 시각장애인을 마음으로 품은 것에 대한 응답이었지만, 쉽지 않은 도전이 느껴졌습니다. ‘닷’을 만난 날, 그들이 돌아간 후, 뮤직스쿨 책상 앞에 붙여놓았던 ‘허드슨 테일러’의 말: ‘그 분의 일에는 보통 세단계가 있다. 처음에는 불가능해 보이던 것이 어려운 일로 바뀌고 그 후에는 그 분으로 인해 다 이루어진다.’ 이 말을 떠올리며 현재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미래에 그 분이 행해가실 것을 기대하며 함께 감사로 손을 모았습니다. 그 과정 가운데 가장 큰 역할은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중보의 힘’이겠지요? ‘닷’을 포함한 15명의 뮤직스쿨 학생들이 음악을 통해 그 분께로 연결되도록 계속 아뢰어주시고, 절반 가량 모금이 된 중고 그랜드 피아노도 때에 맞게 공급이 되고, 다음 스텝을 잘 준비하도록 아뢰어 주십시오.
4월 말에는 네 번째 저희 팀 컨퍼런스가 1주일 간, ‘치앙마이’에서 있었습니다. 저희가 처음 도착하고 한 달 후인 2012년 4월에 첫 컨퍼런스가 열렸는데, 올 해로 네 번째가 되면서 인원이 다소 보강되었지만, 베트남 인구가 9천만 명이 넘는 것에 비해서 25명(아홉 가정과 일곱 명의 싱글)의 일꾼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수입니다. 그 가운데 감사한 것은 저희 첫 언어 선생이었던 ‘리엔’이라는 베트남 자매가 호주에서 단기 팀으로 온 청년 ‘존’과 반 년 전에 결혼해서, 지금 장기후보자 과정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주일간 전략과 현지관련 연구와 집중적인 손 모음 등으로 베트남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이 밤까지 있었지만, ‘요한’15장을 바탕으로 포도나무이신 그 분께 깊이 속한 가지가 되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마음에 간직했습니다. 실한 열매를 위해 불필요한 가지가 잘려지는 것이 자아가 죽는 것과 같은 일이지만, 그 분의 제자로서 필수과정이기에 그것을 잘 받아들이기를 소망하면서 왔습니다. 자원하는 마음을 가졌고, 그분과 친밀하고, 잘 준비된 일꾼이 더 많이 와서 함께 눈물과 땀을 흘리고, 씨 뿌리며 추수를 기다릴 수 있도록… 저희 베트남
팀을 위해 아뢰어 주십시오.
아이들은 잘 지냅니다. 가족을 떠나 10개월 간 대학 생활을 했던 의민이가 다음 주말에 1학년 과정을 다 마치고, 1주일 간 한국에 들렀다가 3개월의 여름방학을 맞기 위해 베트남으로 옵니다. 늘 손을 모아주셔서 무사히 마친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감사하게도 2학년 학비도 같은 장학재단에서 이미 지불해주셨습니다. 방학 동안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좋은 시간을 보내기를 기대합니다. 의림, 의현이도 말씀을 사랑하고, 부모의 신앙이 아니라, 인격적으로 그 분을 만나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저희 시어머님께서는 시숙께서 목회하시는 곳과 가까운 요양원에서 날마다 돌봄을 받으시면서, 기운은 약해지셔도 영적인 기쁨 가운데 지내고 계시고, 저희 친정 어머니도 건강이 악화되시지 않고 그 분을 의지하시며 지내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가족을 보호하시는 은혜에 늘 감사한 마음입니다.
언어도 꾸준히 배우고 있습니다. 배울수록 어렵지만, 재미있고, 지금은 현지인들과의 고정적인 만남이 있어서 시간은 부족해도 학습동기는 더 높습니다. 언어의 진보도 기억해주십시오. 편지를 맺으면서 부탁 드리고 싶은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이 나라의 생태계를 기억해주십시오. 이 곳은 신흥 개발국이어서 곳곳에 건설의 소리와 공사현장의 무질서가 일상인데, 거의 모든 하수도나 개천 등은 검고 탁합니다. 특히나 하노이는 수도인데도 곳곳에 큰 더미의 쓰레기들이 쌓여있는 것을 봅니다. 고유의 문화가 살아 있는 하노이만의 아름다움을 잘 유지하면서 생태계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의식이 깨어나고, 도시 개발과 함께 생태계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도록 손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오토바이가 주된 교통수단인 가운데 안전을 위해 손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가끔씩 사고 현장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몇 주간 하루 한 두 시간 공급된 수돗물로 생활한 경험을 통해 오히려 베트남의 생태계와 환경을 위해 더 구체적으로 올려드리게 되었습니다.
고국에는 거리의 줄 장미들이 5월의 생기를 더해주겠네요.
베트남 꽃 화방랑도 싱그럽습니다.
해마다 5월이 되면 감사한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만나서 같이 밥 먹으며 이야기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언제나 살아계시는 그 분 안에서,
바다를 가로지른 거리를 넘어서 뵙기 원합니다.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주신 그 분으로 인해 날마다 평안하십시오~~
2015. 5. 13. 하노이에서
사랑과 감사를 담아,
신반석, 샤론, 의민, 의림, 의현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