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노원경입니다. 저는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선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에 살다가 초등학교 2학년 때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기독교 대안학교인 두레학교에서 12학년으로 재학 중이며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최근 저의 가장 큰 고난은 ‘입시’입니다. 매일을 ‘입시’를 위해 치열하게 준비하고 인내하며 한해를 보냈습니다. 쉬는 시간 없이 공부했고 커피로 졸음을 참아가며 애썼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시로 지원했던 6개의 대학에서 모두 ‘불합격’이라는 결과를 받게 되었고 이로 인해 느끼게 된 세상으로부터의 거절감은 엄청났습니다. 제가 합격하지 못한 사실도 많이 서러웠지만 그 보다는 끊임없이 들려오는 친구들의 합격 소식으로 인한 박탈감이 저를 아프게 했습니다. 진심으로 같이 기뻐해주고 싶지만 웃어줄 수 없는 제 스스로가 참 미웠고 나는 안 되고 모두가 되는 이 세상에 염증을 느끼며 매일을 울며 살았습니다. 올해 치른 수능도 제 고3 성적 중에 가장 바닥을 쳤습니다. 9월 모의고사 때처럼 청심환도 먹었고 고사장 입실 전에 후배들과 선생님들의 기도도 받아 편하게 시험에 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가채점 결과와 다르게, 제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숫자가 찍혀있는 성적표는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이성을 잃고 성적표를 받자마자 학교를 박차고 나와 집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제 인생 최초로 학교를 3일 동안 무단으로 빠지는 일탈을 저질렀습니다. 학교에 나가서 공부를 계속해야한다는 사실보다는 사람 얼굴을 마주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큰 괴로움이었습니다.
내가 나 스스로에게, 후배들이 나에게 걸었던 그 기대가 무너지는 것. 그리고 좋은 성적을 받아내서 우리 학교의 미래에 대해 불신하는 학부모님들에게 이를 반증해보이고 싶었던 제 꿈이 무너졌던 것은 저의 해,달,별이 떨어지는 사건이었습니다. 입시의 고난이 찾아왔을 때에 끊임없이 요동하는 제 모습을 보며 학교에서 매일 큐티하고 점심시간마다 기도실에서 기도하고 자기 전 꼭 성경을 읽던 제 습관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단단해지지 않는 제 스스로가 비참하고 서러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제가 수능 보기 전 가장 열심히 했던 ‘모든 결과는 주님께’ 라는 기도제목이 떠올랐습니다. 그러고는 제 스스로를 돌아보니 저는 여전히 내 품 안에 모든 결과를 끌어안고 살고 있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주님께 내려놓는 노력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봅니다. ‘어떻게 해야 나의 결과를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걸까?’ 싶고 아직 그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이게 제 솔직한 마음입니다.
모든 일에는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난 끝의 답은 신앙이라는 사실 또한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직까지도 제가 왜 수능을 망쳐야했고 수시에 다 떨어져야했는지에 대한 답이 보이지 않습니다. 고3 내내 겪었던 고난을 모두 기도와 큐티로 이겨냈는데 하나님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자 했던 저의 죄를 보여주시고자 이런 사건을 저에게 주신 것 같기도 하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저에게 주님께서 허락해 주실 학교를 감사히 다닐 수 있도록 그리고 너무 아픈 제 마음이 신앙으로 단단해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늘 말씀으로 굳건히 세워주시는 목사님과 사랑으로 위로해 주시고 안아주시는 선생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