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 노진경입니다.
3남매 중 둘째인 저는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남동생과 동생을 낳고 난 후 건강이 악화되고 우울증에 걸린 엄마, 그리고 자기중심적인 언니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부모님의 관심을 받지 못하며 자랐습니다. 그리고 3남매 중 둘째라서 그런지 혼날 때가 1.5배 정도는 많았습니다. 언니가 일방적으로 제게 짜증을 내서 소란이 생겨도 늘 같이 혼났고 동생이 어지럽혀놓은 방도, 동생이 한 잘못도 내가 그러지 않았다고 해도 믿어주지 않아 동생은 혼나지 않고 제가 혼이 났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는 집에서 쫓겨난 적도 있습니다.
부모님께 사랑받고 싶어서 하나님의 말씀도 열심히 지키고 공부도 성실히 하면서 착한 딸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모든 것을 제 열심히 했기에 착한 아이 콤플렉스에 빠졌고 늘 참으며 지냈습니다. 엄마, 아빠가 하는 말에 절대적으로 순종해야 사랑받는다고 생각했던 저는 유치원을 다니기 전부터 “울지마, 뚝.”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아무리 서럽고 슬퍼도 울음을 멈췄습니다. 그 이외에도 하고 싶은 말은 다 참고 “미안해”를 입에 달고 살았던 저는 쌓여가는 응어리와 스트레스를 주체하지 못했고 감정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초등학교 때는 부모님이 없을 때를 틈타 아픈 동생에게 모질게 굴며 저의 스트레스를 풀기도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적이 있는데, 저의 스트레스와 불안 지수가 학년 중에서 가장 높게 나왔었습니다. 엄마는 이 사실을 제게 이야기해주지 않다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에 얘기해주시면서 미안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그 당시에는 괜찮다고, 엄마가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했지만 그때부터 제 안에 쌓여왔던 불만과 분노는 터져 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언니의 모습을 볼 때 무시가 되었고 가족에게 무관심하며 돈, 돈거리며 집안일을 제게 떠넘기고 말로 상처를 주는 엄마를 증오하면서 그런 엄마에게 분노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여전히 가족에게 인정받고 싶었기에, 힘든 마음을 표출하는 저를 부모님이 사랑해주지 않을까봐 불안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제가 의지할 수 있는 대상은 오직 친구였습니다. 저는 친구들에게 의존하며 사랑받으려고 노력했는데, 겉으론 잘 지내는 것 같았지만 관계 가운데 불안함을 느끼는 제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사랑받는 것 같으면 우쭐해졌다가 친구들에 비해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지면 좌절감을 느끼면서 스스로를 미워하고 가족에게는 더욱 화를 내었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들이 모두 싫어하는 친구를 거절하지 못해 그 친구가 다른 친구들의 뒷담을 하는 것을 들어주다가 지쳐서 별 생각 없이 대꾸해주었는데 친구 한명이 그것을 듣고 다른 친구들에게 이야기해서 친구들 모두가 그 사실을 가지고 저를 단톡방에서 욕하며 저를 피하고 투명인간 취급하는 사건이 터졌습니다. 늘 친구들의 기분을 살피며 노력했던 저는 한 번도 그런 트러블이 없었던 터라 충격을 크게 받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기도를 했습니다. 다행히 후에 친구들이 다가와 주어 잘 해결되었는데 그 사건 이후로 친구들이 저를 또 싫어하게 될 것 같은 불안감이 커졌고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는 건 당연한 거라는 생각이 머리에 박혔고 자존감은 바닥으로 내려갔습니다. 친구와 카톡하는 것조차 제게 큰일이 되었고 자꾸 다시 카톡 내용을 생각하고 되짚어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이런 시기에 언니는 고3 수험생이 되었고 동생을 걱정했던 엄마는 제게 동생을 데려다주어라, 데리고 와라 등의 부탁을 많이 하셨습니다. 언니와 동생을 챙겨주는것이 제 몫이 되었고 저는 학교고 집이고 의지할 곳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모든 관계에 지쳐버린 저는 학교생활에 의욕이 사라졌고 공부도 숙제도 최소한의 노력으로 해도 매한가지라고 생각하며 끝내기에 급급했습니다. 제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하나님께 기도를 해도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지 않은 것 같은 마음이 들어 답답했지만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때, 언니는 수능을 보았으나 언니는 수능을 원래 성적보다 잘 보지 못했고 수시는 다 떨어져 매우 낙심한 상태가 되었으며 엄마와의 관계에서 많이 힘들어했고 어느 순간부터 밥을 잘 챙겨먹지 않고 매일 악몽을 꾸며 점점 말라갔습니다. 언니는 병원에 갔고 우울증이라는 판정을 받고 약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가족 중에 가장 의지하던 언니가, 별로 힘들어 보이지 않았던 언니가 저보다 더 힘들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의지할 대상이 완전히 사라졌고 엄마가 더욱 정죄되었습니다. 엄마를 미워했고 엄마에게 버릇없이 굴었고 엄마에게 거의 대화를 나누지 않았습니다. 언니는 방에 있는 먼지를 보고 네가 이런 걸 치워주지 않아 자신이 우울증에 걸리고 이렇게 힘이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것들이 억울했고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무시하고 싶었습니다. 품어주려고 하고 사랑하려고 애쓰고 그런 수고는 이제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남동생이 크고 사춘기를 겪기 시작하며 누나들은 장애가 없이 태어났는데 자신이 왜 장애가 있게 태어났냐며 제게 묻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남동생을 제대로 위로해주지 못하는 답 밖에 들려주지 못하는 것이 미안했고 엄마와 이야기하며 우는 남동생을 보며 더욱 속상했습니다. 모든 상황을 원망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그런 시간들을 지날 때 하나님께 기도하고 매달리기 보다는 그저 하루하루를 멍하게 살았습니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큐티하는 것과는 멀어져갔고 예배시간에도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도 죄책감이 들기보다는 그냥 나는 이런 사람이다 하는 무기력한 정의를 내리고 합리화를 하고 매일을 살았습니다. 점점 착한 딸, 좋은 친구,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과는 멀어져갔습니다. 알고는 있지만 직면하기 싫은 저의 모습을 습관처럼 무시하고 엄마에게 거짓말을 습관처럼 치며 친구들과 놀았고 동생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며 하나님을 아예 믿지 않는 사람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았습니다. 수련회를 다녀왔지만 순간의 눈물이고 생각일 뿐이지 아직 마음이 확 변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저의 부정적인 모든 모습들을 직면하고 죄를 회개하며 하나님과 가족을 사랑하는 부드러운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