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두분 다 많이 아프시다. 외할머니는 큰 수술 후 아직 다 회복하지 못하셔서 병원에 계시고, 외할아버지는 암이 있으셔서 치료는 해왔지만 거동이 불편하신체로 집에 계신다. 이 사정을 들으신 친할머니가 이번 추석때는 안와도 되니까 부모님 잘 모시라고 엄마에게 말씀하셨다. 솔직히 나도 가기싫었는데 잘#46124;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빠도 자기만 가면 된다고 하시고... 거의 안가는 걸로 굳혀가는데, 엄마가 갑자기 맘을 바꿔서 음식을 하기 시작했다. 막상 엄마가 음식하고, 가겠다고 하니까 아빠도 좋아하셨다. 나도 엄마를 도와 음식을하고.. 그렇게 다음날 새벽에 우리가족은 큰집으로 출발했다. 큰집에 도착해보니, 나와 어릴적부터 친척중 유일하게 친하게 지냈던 한살도 차이안나는 언니는 다음날이 시험이라며 오지 않았다. 인사하고, 쇼파에 앉아있는데, 이 어색함이란... 도저히 친가에는 뭐랄까.. 따스함? 유대감? 이 느껴지지 않는다. 아빠와 큰아빠는 배란다에서 담배를 피우시고, 작은아빠는... 잘기억이 안나지만, 주무신것 같다. 둘째 큰아빠는 배낭매고 여행을 떠나셨고, 엄마들은 좁은 부엌에서 제사상을 차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작은엄마가 안오셔서 그나마 부엌이 덜 비좁아 보였다. 나는 앉아 막내를 데리고 놀다가, 대학생 언니와 몇마디하다가 졸기도 하며, 쇼파에 앉아있었다. 그때, 우리 친가 사촌중에 왕언니가 방에서 나와 화장실로 들어갔다. 내 평생에 처음으로 그언니에게 인사를 했다. 언니.. 안녕?^^; 너무나 어색하게 손을 흔들며... 그래도 나는 몇년간 서로 처다보지도 않았던 관계를 청산하고자 자존심을 팍 꺽고 인사를 했는데 그언니는... 콧방귀를 뀌고 화장실 문을 닫았다. 이런 #48577;... 저걸 콱 끌고나가 패버릴까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불가능이었다. 그언니는 나보다 나이도 많고, 덩치는... 비슷하지만, 하여간 언니었고, 큰엄마 큰아빠 첫째딸이고, 나는 그 조용한 집에서 교양없이 소리를 지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교묘하게 언니의 자존심을 건들까를 생각해보고, 내가 생각해도 기가막힌 발상들이 있었지만, 그순간에 기도를 함으로써 1분내에 모든 감정을 정리할 수 있었다. 그언니와 관계를 자세히 얘기하자면,, 아주 어렸을 적 부터, 그언니는 나와, 친척들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봤다. 아까 말했던 유일하게 친한 언니와 재밌게 놀다가 그언니 방 근처만가도 애들 내방에 못들어오게 하라며 소리를 빽 지르곤했다. 그밖에도 자기 물건 만지는거, 쓴는것을 엄청 싫어했고, 웃는법이 없었다. 그러나 하이라이트는 그 눈빛이었다. 늘 나를 꼬라봤다.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무시와 증오와 경멸이 담긴 눈으로 날 꼬라보는데, 정말 재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나도 그언니에게 말거는걸 피하게 되고, 명절때마다 그언니는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며 무시해왔다.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여전히 날 꼬라보는 언니에게 인사를 한것이다. 뭐.. 그언니는 멋지게 씹어줬지만, 이제 더이상 그언니가 재수없지 않았다. 엄마조차도 그런 눈으로 꼬라보는 그언니가 왠지 재수없지 않았다. 엄마도 평소같지않게 그언니에게 이것저것 챙겨주는게, 많이 변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믿지못할 일이 일어났다. 그언니가 내 앞. 정확하게는 엄마앞에서 웃은것이다. 엄마가 자취하는 언니를 배려하여 이음식은 어떠니, 이거 싸줄까? 저거싸갈래? 얼만큼싸가니? 하고 계속 챙겨주자 처음에는 아#46124;어요. 필요없어요. 하며 싸가지없게 말하던 언니가 엄마가 계속 챙겨주자 살짝 웃으며 그럼 그거 조금만 싸주세요. 네. 라고 한것이다. 오마이갓뜨.. 아주 작은 미소였지만, 그언니가 웃는걸 처음봤다. 물론, 다른때도 웃긴했지만, 비웃음이거나, 가식적인 웃음이었다. 엄마는 큰엄마가 우리를 별로 탐탁치 않게 여기시니까 그 언니도 자연스럽게 엄마따라 그렇게 된거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번 추석의 그 작은 미소를 시작으로 그언니와의 관계가 차츰 좋아질것같다. 하나님께서 내게 그언니에게 순종할수 있는 마음을 허락하셨기 때문이다..^^.. 이렇게 친가에서의 시간을 보냈다. 제사때 뻘쭘하게 엄마랑 둘이 기도도 하고, 엄청많은 설거지도 대학생 언니랑 둘이서 하고, 제사상에 올라간 음식 안먹으려고 김치하고만 밥먹고, 할머니가 계속 입에 넣어주시는 제사음식 몰래 뱉다가 어쩔수 없이 밤하나 먹고.. 제사상에 있는 약과가 너무 맛있어보여 침도 꼴깍 삼키며, 드디어 큰집에서 나왔다. 큰집에서 나와 외할머니가계신 병원으로 갔다.목에 구멍을 뚫어 말을 못하시는 할머니가 애써 말씀하시며, 용돈 못줘서 미안하다고 눈시울을 붉히시는데, 나도 덩달아 눈물이 삐져나왔다. 뒷산에 밤이 많이 열렸다는 말을 듣고, 좋아하시는 할머니를 보며, 어서 그밤들 할머니가 다 따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엄처엉 막힌 도로를 뚫고,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우리집 바로 옆에는 외할아버지 댁이 있고, 그 바로 옆에는 큰삼촌집이 있어, 외갓집은 따로 갈 필요가 없다. 집에 도착하니 이모할머니, 할아버지들, 그러니까 외할아버지의 형제 자매들이 다 모여있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각각 여섯분이시고, 또 각각 자신들의 아들딸 손주까지 데리고 왔으니 엄청난 인원이었다. 예배는 이미 마친 상태였고,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정말 친가와 대조되는 외가다. 하나님께서는 외가쪽에서도 친가쪽과 비슷한 일을 하셨다. 엄마의 막내동생.. 작은 삼촌과의 관계였다. 그 삼촌은 우리아빠를 너무 힘들게 한다. 아빠는 괜찮다고 하지만, 같은 일터에서 아빠는 죽어라 일하고, 그 심촌은 자기맘대로 하고, 사고만 쳐도 월급은 같으니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봐도 작은삼촌은 너무 이기적이고 자기 맘대로고 화도 너무 잘낸다. 막내여서 그런지도.. 어쨌든, 평소 그 삼촌을 보면, 나도모르게 무시를 해왔었다. 엄마입에서도 그 삼촌에대한 험한 말이 나오는데, 내가 그삼촌에게 굽히고 들어가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나도 모르게 삼촌께 공손해지고, 공부얘기를 물어보고, 약간 잘란척을 섞어서 내게 공부하는 법을 일장 연설하는 삼촌의 말을 귀기울여 들으며, 네네 거리고 있었다. 전에도 했던말이지만 그때는 또 잘란척.. 이라며 대충 흘기고 무시했던 말들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내가 먼저 굽히고 귀기울여들으니 좋은 말들도 많았다. 똑같은 말인데도, 내가 받아들이는것에 따라 달리 들리는 것이다. 그렇게 추석내내 작은삼촌과 작은외숙모에게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뭘까... 하여간 뭔가 편안함으로 대했다. 결과물은... ㅎ.ㅎ.ㅎ.ㅎ.ㅎ.ㅎ.. 삼촌이 내게 5만원을 주시며 엄마에게 비밀로하고 맛있는거 사먹으라고 했다. ㅎㅎ 순종은 좋은것임을 깨달았다..>_< 큰외숙모와의 관계도 많이 좋아졌다. 옆에옆에집에 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가 큰외숙모의 아들보다 나를 편애하시는 것 등의 이유로 큰외숙모는 늘 나에게 비꼬아 이야기 해왔었다. 그러나 이번에 뒤뜰에서 가족끼리 삼겹살 파티를 할때, 엄마가 내 손에 쥐어준 쌈하나가 관계를 바꿔놓았다. 정말 너무어색하고 어색하고어색해서 어색의 극치였지만, 부엌에서 일하는 외숙모한테 그 쌈을 입에 넣어준 뒤로 외숙모의 표정도 많이 바꿨다. 휴.. 근데 그거 다시 하라면 못할것 같다.. ㅎ
어쨌든 이모저모 많은 관계가 회복된 추석이었다. 하나님께 너무 감사하다. 엄마와 나 둘다 우리들교회에 다니면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는 순종을 배운 것 같다. 아빠도 배우면 좋으련만...뭐, 언젠간 그날이 올것을 믿으며, 엄마와 나는 아빠를 위해 열심히 기도하고, 순종하고 있다. ... 사실 나는 가끔 받을때도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