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오영진입니다.
저는 엄마가 어느날부터 방에 나오지 않게 되고 이후에 엄마가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으나 뭐, 언젠간 나오겠지,언젠가 나아지겠지 란 생각으로 계속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3개월이 넘도록 나오지 않는 엄마, 빨래는 산더미처럼 넘쳐나 입을 옷도 없는, 설거지는 산더미에 난장판인 집에서 생활하면서 더 이상 엄마가 우울증에서 낫는다는 희망보단 저녁에 동생이랑 뭘 먹어야 하나 하는 걱정이 앞서게 되었습니다.
결국 외할머니의 인도로 우리들 교회에 오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드디어 방에서 나오게 되었고 아빠는 목자가 되었습니다. 저는 제자훈련에서 선생님의 권유 덕분에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고난이 해결되었구나 생각했지만 고난은 이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엄마는 니가 목자인데 이렇게 행동해선 되겠냐며 아빠를 까댔으며 부부목장이 끝나는 날에는 언제나 부부싸움을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옆에선 울고 있는 동생, 맞고 있는 아빠, 날뛰는 엄마. 집안일은 하나도 안 하면서 맨날 아빠 패기만 하는 엄마를 전 무시하고 아빠를 의지 했습니다. 결국 아빠는 해탈해서 엄마에게 맞아도 웃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고 엄마는 계속 무시하는 저에게 화살을 돌렸습니다. 아빠에게 한 것처럼 저에게도 성적타령을 하면서 폭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도 저는 아빠를 믿으면서 계속 버텨 보았지만 결국 폭발해 엄마랑 크게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에게 계속 맞다가 너무 아파 엄마를 밀어 버렸고 그대로 넘어진 엄마는절 미친 듯이 패기 시작했습니다. 울고 있는 동생이 아빠에게 전화해서 아빠가 달려와 겨우 둘을 분리 했습니다. 하지만 아빠와 둘이 있으면서 아빠가 '분명 내가 엄마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가만히 있으라 했지, 왜 그것도 못 참아서 나까지 힘들게 만드냐'라는 말에 믿었던 아빠마저도 배신당한 것 같았습니다. 이후 전 미치도록 절 때린 엄마에게 무릎을 꿇고 용서를 구했습니다. 그 이후로부터 엄마를 보는 것 마저도 무서워하게 되고 아빠에게는 배신감에 저도 엄마처럼 아빠에게 화풀이 했습니다.
계속되는 성적하락으로 학교생활이 매우 힘들었는데 집에서도 언제나 모멸감을 주는 엄마, 정말 아빠만을 믿으며 버텼는데 배신한 아빠, 부부싸움만 나면 우는 동생 난장판인 집상태로 집마저도 저에겐 안식처가 아니라 또 다른 지옥이었습니다. 더 이상 의지할 곳도 버틸 곳 도 없어진 저는 그제야, 그제야 제가 숨기고 싶었던 보고 싶지 않았던 제 모습이 드러 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엄마에게 향한 제 분노와 무시는 제 열등감 이었습니다. 중3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낯가림이 매우 심해 눈도 처다 보지도 못하고 심지어 배고파도 패스트 푸드점에 가서 주문하는 것 조차 무서워 그냥 굶고 마는 저였습니다. 그런 저를 스스로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그러다가 만약 엄마가 정상이었다면 난 이런 짓 안 해도 될 텐데. 그냥 엄마가 밥해준 거 먹었으면 될 텐데하고 엄마에게 뒤집어 씌워 버렸습니다. 도움의 손길을 원한 저는 결국 저 혼자 학생부관리, 성적관리, 집안일, 동생 돌보기에 힘들고 무서웠기에 여기에서 나오는 스트레스를 전부 엄마탓으로 돌려버린 것입니다. 엄마에게 자꾸 맞다 보니까 나도 단지 아들이란 이유로, 꼴 보기 싫다는 이유로 내가 맞아야 한다면 나도 딱 한 번, 나도 딱 한번 패고 싶다같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상담에서 엄마를 향한 제 분노와 무시 사이에서 숨기고 싶었던 제 모습을 알게 되자 엄마를 향한 맹목적인 분노가 많이 사라지고 이해되기 시작되었습니다. 결국 전 엄마가 아프지 않은 모습을 언제나 생각했었기에 현실에 있는 아픈 엄마를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것 이었습니다. 이기적이기에 아팠던게 아니라 아팠기에 이기적인 것 이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제 속마음도 알 리가 없었고 위로 받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빠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어느날 교회에서 아빠가 1대1 양육에서 그동안 엄마 우울증에 대한 속마음을 듣게 되었습니다. '퇴근 후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에서 다시 설거지를 하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해야하나 막막했다, 주변 친척들은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자꾸 충고만 하는 게 너무 얄밉고 답답했다. 애들에게도 화만 낸 것 같다.' 이 말을 듣고 서야 비로소 아빠에게 배신당했던 그 상황이 이해가 되었습니다. 엄마가 깽판치는데 저도 깽판치니까 아빠도 힘들었던 것이었습니다.
전 큐티도 한지 오래 되었고 교회도 학교 가는 마음으로 가는 그냥 그런 사람입니다. 고난이 축복이다 라는 말을 아주 질색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제가 보고 싶지 않았던, 숨기고 싶었던 제 속마음을 보고 받아들이고 제 모습을 보기 위해 아마 이런 고난을 주시지 않으셨나 생각합니다. 붙어만 있게 말씀 주신 목사님 감사하고 하나님 사랑합니다.